한국은 체류 외국인이 전체 인구의 4.5%에 그치는 이민 불모지다. 그나마 저숙련 근로자가 주를 이루고 숙련 전문인력은 태부족인 구조다. 또 외국인 5명 중 1명꼴인 불법체류자는 이민자에 대한 국민 인식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이 모두가 한국형 이민사회를 위해 넘어야 할 장벽이다. 매일경제는 총 13회에 걸친 '모자이크 코리아' 기획 연재를 통해 기존 외국인 고용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한국의 지속적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이민 정책을 제안했다. 다인종, 다문화가 공존하는 모자이크 사회로 도약하기 위한 '10대 액션플랜'으로 압축해 소개한다.
모자이크 코리아: 이민사회 도약을 위한 10대 액션플랜
1 대통령 직속 통합 설치 분산된 정책기능 일원화
현재 외국인 고용과 이민 업무는 법무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를 중심으로 외교부, 행정안전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 각 부처에 산재해 있다. 지방자치단체도 제각각 외국인 정책을 편다. 정책을 만드는 위원회 역시 따로 놀긴 마찬가지다. 법무부 외국인정책위원회, 고용부 외국인력정책위원회, 여가부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 등이 있다. 정책을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없으니 일관성이 없고, 추진력도 발휘되기 어려운 구조다. 업무 중복에 따른 비효율에다 사각지대가 생기며 부작용이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이민청을 설립하고 3개 위원회에 분산된 정책 입안 기능도 대통령 직속 통합위원회로 합쳐 위상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대통령실에도 이주민과 재외동포 문제를 총괄할 '이민비서관'이나 인구 정책까지 포괄하는 '인구비서관'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2 고령사회 필수 요양인력 전용비자로 숨통 틔워야
급속히 고령화되는 한국 사회에서 간병인 등 돌봄인력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인력이 외면한 자리를 외국인이 메우고 있지만 이미 인력 품귀현상이 심각하다. 현재 간병 외국인은 방문취업과 재외동포가 대다수인데 이를 비전문취업비자에도 개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근본적인 돌봄인력 확충을 위해선 고령사회 원조인 일본의 '개호비자'와 같은 전용비자 도입이 시급하다. 2017년 신설된 돌봄인력 전문비자다. 요양보호사(개호복지사) 국가시험에 합격해야 하는데 기본 5년간 체류할 수 있고 비자 연장도 쉽다. 농어촌은 그야말로 소멸 위기다. 외국인 없이는 지역경제 자체가 붕괴된다. 이를 막기 위해 농어촌 이민자를 위한 전용비자 도입이 필요하다. 일정 기간 같은 지역에서 체류하며 근로하면 영주권 자격을 주는 것이다.
한류 열풍을 이어갈 한류비자 도입도 속도를 내야 한다. 지금은 국내 대학에 진학한 유학생이나 대형 기획사와 계약해 취업비자를 받은 이들만 체류가 가능한데 별도 비자를 신설해 연기, 댄스 등 사설 학원에 등록만 해도 단기 체류를 허용해 주는 것이다.
3 송출국 직업교육 투자로 숙련된 외국인력 받아야
외국인 근로자에게 목을 매는 지방 영세 중소기업의 불만은 초기에 숙련도가 떨어지는 외국인의 생산성 문제다. 기술 숙련도와 함께 근로자의 생산성을 좌우하는 것이 바로 한국어 구사 능력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최근 "한국어를 잘하는 분에게 큰 가점과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인력 송출국에서 현지 정부가 한국어 등 일부 교육을 하고 있지만 질과 양 측면에서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통상 입국 전 한국어 교육은 38시간에 불과하다. 한국이 직접 공적개발원조(ODA) 등으로 과감히 지원해 현지에서 한국어 등 직업교육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업종과 지역에 맞춤형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도 과제다. 독일 연방노동청산 산하 해외전문인력중개센터는 일손이 부족한 기업과 외국인 근로자를 매칭하는 중개 서비스로 유명하다. 정부도 법무부, 고용부 등 관계부처가 모두 참여하는 이민자 유치를 위한 해외IR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 하다.
4 외국인 소득세율 낮춰 전문인력 이민혜택 확대
외국인 취업자의 절반이 비전문취업 근로자인 기형적인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전문인력 유치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현행 외국인 근로자는 누진세율(6~45%)이 적용되는 내국인과 달리 취업 후 20년간 단일 소득세율(19%)을 적용받는다. 두 방식 중 세금이 낮은 쪽으로 본인이 선택할 수 있지만 6~15% 세율을 적용받는 외국인 근로자가 70%를 차지하고 이어 단일세율의 혜택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단일세율을 19%보다 더 낮춰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이공게 의학계 학사 학위 고지자로 해외 연구기관 5년 경력 등의 요건을 충족하는 전문인력은 추가로 취업 후 10년간 소득세 50% 감면 혜택을 받고 있지만 대상과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외국인의 창업 문턱도 낮춰야 한다. 기술창업비자를 받으려면 법인 설립에 준하는 '증거'를 내야 한다. 비자를 받아도 1년마다 갱신해야 하고 매번 사업 실적을 증명해야 한다. 혁신성과 사업성을 평가하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차이가 크다.
5 인구감소 지역 외에도 지역특화비자 확 늘려야
악화일로의 지방 인력난 해소를 위해서는 지역특화비자, 계절근로제 등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시범사업 중인 지역특화형 비자는 인구감소지역에서 5년 이상 거주나 취업을 조건으로 지자체장 추천에 따라 거주비자를 발급하는 제도다. 지자체별로 대상자가 수십 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현재 지역비자 사업이 가능한 지역요건이 '인구 감소 지역'으로 한정돼 있는데 이를 '인구 감소 관심 지역'등으로 확대해 더 많은 지자체가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전국 각지에 외국인 거점마을을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6 외국인 유학생 적극 유치 졸업 후 취업까지 연결
지방 중소기업과 마찬가지로 지방대도 이제 외국인 유학생이 없으면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지방 기업과 지방대를 동시에 살리기 위해 외국인 유학생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먼저 뿌리기업에만 적용되고 있는 외국인 기술인력 양성대학을 전방위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계명문화대, 거제대, 군장대 등 9개 대학이 선정돼 있다. 이들 학교에서 학업을 마치면 인근 뿌리기업 취업을 조건으로 유학생 비자에서 숙련기능인력 비자로 갈아탈 수 있다. E-7-4 비자는 체류 기간에 제한이 없고 가족 초청이 가능한 사실상 '정주형' 비자다. 신덕상 한국전문대학 국제교류부서장협의회장은 "현재 뿌리산업에 한정된 대상을 축산업, 간병업, 조선업, 건설업 등으로 확대하면 다른 업정의 인력 수급에도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뿌리산업 대상 양성대학 역시 까다로운 비자 발급 요건 때문에 쿼터인력도 못 채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외국인 유학생은 지난 4월 기준 20만6746명에 달한다. 심사를 거쳐 전문인력 취업 기회를 주고, 미취업자 중 희망자의 경우 비전문인력 취업으로도 흡수해야 한다.
7 고용허가제 쿼터 풀어 전업종으로 확대해야
E-9, 방문취업 비자로 대표되는 고용허가제는 20년이 넘으면서 한계에 도달했다. 보통 연간 1회 결정되는 쿼터는 업종별 인력 수요를 적시에 반영하지 못한다. 제조업, 농축산업, 어업, 건설업, 서비스업 등에서 일부 세부 업종만을 허용하고 있는데 2011년 이후 큰 변화가 없다. 사업장별 고용인원 제한을 폐지하자는 목소리도 높다. 내국인과 외국인 비율 규정까지 더해져 오히려 중소기업들의 탈법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궁극적으로 국가기간산업, 안보산업 등 일부 금지 업종을 제외하면 자유롭게 고용이 가능한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최장 10년간 체류할 수 있는 장기근속특례제 도입 계획을 밝혔지만 여전히 E-9 비자는 단기 노동력 공급 수단으로만 활용되고 있다. 사업주 추천 등으로 가족 동반을 허용하고 정주형 비자로 전환을 보장하는 식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저임금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일괄적인 적용보다는 체류 기간과 숙련도에 맞는 차등 임금제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외국인 근로자 생산성은 1년이 지나도 내국인의 80%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8 숙련비자 문턱 낮추고 영주권 전환 쉽게해야
한국형 이민사회 구축을 위해 숙련형 정주형 비자 전환의 문턱을 확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법무부는 올해 E-7-4 비자 쿼터를 지난해 2000명에서 3만5000명으로 17배 확대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비자 발급 요건부터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지난해 E-7-4 비자 전환은 신청자 2918명 중 1781명(61%)만 성공했다.
영주권 전환은 더 '바늘구멍'이다. 매년 F-5 비자 취득자는 7000-8000명 수준이다. 특히 소득과 자산기준을 보다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은 전녀도 1인당 국민총소득의 2배 이상이어야 한다. 자산 역시 4억~5억원인 전년도 가구당 평균 순자산을 넘어야 한다. 높은 기준 탓에 국내 체류 외국인 중 영주권 비율은 7.8%(17만6107명)에 그친다.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의 경우 통상 3년 이상인 최소 체류기간을 1~2년 이내로 단축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9 이민자 직접 낸 돈으로 통합기금 조성해 지원
현재 240만명 수준인 국내 체류 외국인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들에 대한 지원과 관리 비용 역시 급격히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세금으로만 충당할 경우 외국인에 대한 반감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이민자들이 적접 조성하는 '이민통합기금'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민통합기금은 기본적으로 이민자들이 내는 세금, 범칙금을 비롯해 각종 수수료 등을 재원으로 한다. 미국, 캐나다, 독일, 뉴질랜드 등 이민 선진국들이 시행하고 있다. 향후 본격화될 이민정책을 위한 재정적 기반이 된다. 무엇보다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이민자들이 비용을 부담하면서 국민의 반감이나 내국인과 충돌을 줄일 수 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민통합기금은 예산상 제약을 벗어나 사회통합을 위한 정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민정책이 각 부처에 산재한 것처럼 현재 이민 예산도 법무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등으로 분산돼 있는 만큼 이를 통합 운영할 수 있는 기금마련으로 이민예산의 효율적 집행이 가능해진다. 이민자들의 책임 강화 차원에서 귀화자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현재 귀화자는 병역 의무가 없다. 다만 본인이 희망하는 경우 현역이나 사회복무요원 등으로 복무할 수 있다.
10 불법체류자 선별수용 범죄자는 엄정 대응
국내체류 외국인이 240만명인데 불법 체류작 5분의 1가량인 41만명이다. 현행법을 어긴 불법 체류자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함께 선량한 이민자를 불법으로 내모는 제도상 허점을 보완해야 하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불법 체류자의 성격이 다양한 만큼 그에 맞는 선별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일부 불법 체류자의 범죄 행위는 이민에 대한 인식 악화를 불러오기 때문에 추방 등으로 일벌백계할 필요가 있다. 불법 체류가 빈발하는 국가에는 쿼터를 제한하는 등 처방과 해법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권채리 동아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민심판원 같은 기구를 통해 출입국 난민 귀화 등 이민 행정과 관련한 처분이나 행정심판을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출입국 외국인 조사를 담당하는 인력은 현재 300여 명에 그치는데 이를 향후 5년간 800명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
※ 출처: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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