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23일 10시께 금융감독원에 도착해 취재진 포토라인에 섰다.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서 경쟁사인 하이브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억원을 투입해 SM엔터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혐의와 관련해 조사를 받기 위해서였다. 그는 '주가조작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이날 금감원 정문에는 이례적으로 포토라인이 형성됐다. 한때 국내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김 센터장이 '악덕 기업인'으로 낙인찍히는 순간이었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은 SM엔터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김 센터장이 어디까지 개입했는지를 집중 추궁했다. 김 센터장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 10월 24일 국회 국정감사 이후 처음이다. 당시 그는 '카카오 먹통'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국감장에 불려나와 대국민 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였다. 국민 메신저, 국민주로 불리며 국민에게 사랑받던 카카오가 국민 정서와 멀어지며 추락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일궈온 카카오의 급격한 성장은 이제 독이 돼 돌아오고 있다. '스타트업 정신'으로 앞만 향해 달리다 보니 계열사가 144개로 늘어날 만큼 덩치는 커졌지만 사회적 책임을 비롯한 기업문화 성숙도는 이에 못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른 부작용이 곳곳에서 잡음을 일으키는 모습이다. 올 상반기 카카오 공시에 따르면 카카오 계열사가 정부에서 받은 제재 건수는 16건에 달한다. 카카옴빌리티는 택시 호출 서비스를 하면서 일반 택시를 불리하게 차별 취급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시정명령을 받았고, 에스엠컬처앤콘텐츠는 수신자의 명시적 동의 없이 광고를 내보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10년 전만 해도 단 한건의 제재도 없던 것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카카오를 외면하고 있다. 카카오 주가는 연일 52주 신저가 기록을 경신하고 잇을 정도로 추락 속도가 가파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물밑에서만 움직여온 김 센터장의 모습과 카카오 내부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상황과 관련해 시장 우려가 최고조에 이른 수준"이라면서 "몸집을 불리는 데에만 급급했다는 점에서 김 센터장 책임론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조단위 인수전 의사결정때 김범수 개입여부 추궁할 듯
스타트업 성공방정식 기로 '100인의 CEO' 수정 불가피
카카오, 사법리스크 대응 그룹협의체서 대책 마련
올 영업이익률 5.7% 전망 52주 신저가 국민대굴욕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로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에 대한 조사가 본격 시작되면서 '카카오 성공 방정식'이 기로에 섰다. 현재 김 센터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이지만 수사당국은 카카오에 대한 김 센터장의 영향력이 여전하다고 보고 사실상 이번 SM엔터 사태와 관련된 법리적 책임 소재를 집중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M엔터 인수 작업이 조 단위 거래(지분 39.9% 인수, 1조 4000억원)이다 보니 의사 결정 과정에서 김 센터장 의중이 반영됐다는 판단이다.
금융감독원은 카카오 수사에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수사 속도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은 지난 19일 김 센터장에 대해 23일 오전 출석을 통보했다. 빠듯한 일정이었지만 사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금감원은 23일 김 센터장을 취재진 포토라인에 세웠다. 수사, 재판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수사당국이 김 센터장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가 만든 '성공신화'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만큼 이제는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카카오의 급격한 성장에 대한 부작용이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실정이다. 업계에선 소위 '카카오 성공 방정식'이 지금 같은 회사 위기 상황에 직면했을때는 오히려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일례로 카카오 비전인 '100인의 CEO를 양성한다'는 전략은 그동안 카카오가 정보기술을 넘어 금융, 엔터테인먼트, 커머스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무분별한 사업 확장과 중복 사업이 혼재하면서 사업적으로 교통정리가 되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
카카오 내부 한 인사는 "조직 간 겹치는 사업이 비일비재하고 추진했다가 중도 포기하는 식의 비효율적인 사업 관리 행태가 만연해 내부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라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고 전했다. 자율성이 높은 카카오만의 문화가 단지 카카오라는 브랜드로만 묶이는 산발적인 사업으로 인해 각개전투 양상이 두드러지는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변질됐다는 얘기다.
도마에 오른 것은 내부 통제보다는 성장에 방점을 둔 경영 기조도 한몫하고 있다. 그동안 카카오는 택시 호출사업 등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꾸준히 정부 정책과 잦은 충돌을 빚어 왔다.
보상 체계 역시 주요 임원에 대한 성과 보상에 집중한 나머지 이들 경영진 사이에서 빚어진 일련의 '스톡옵션 먹튀 사건(계열사 상장 직후 주식 대량 매도)'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했다는 시장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흔들리는 카카오 성공 방정식]
방식 | 방법 | 문제 |
사업 방식 | 100인의 CEO 양성 | 무분별한 사업 확장과 중복 사업 혼재 |
경영 기조 | 성장 최우선 | 정부 정책과 잦은 충돌 |
보상 체계 | 임원 성과 보상 집중 | 경영진 주식 대량 매도 등 모럴해저드 |
인사 체계 | 김범수 복심 위주 기용 | 내부 분란 고조 |
카카오의 고질적인 최대 약점으로 거론되고 있는 '부실한 리스크 관리 체계' 역시 회사 신뢰도가 추락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으로 거론된다. 일례로 2021년 경영진 먹튀 논란을 야기했던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가 지난해 비상근 고문으로 위촉된 것이나,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구조조정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 5월 사퇴했던 백상엽 전 대표 역시 이 회사에서 보수를 받는 고문으로 영전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상황에 대해 카카오 노조는 "경영진은 스톡옵션 잔치를 벌이고, 회사가 겪는 고통은 전적으로 직원들이 지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 카카오 노조를 주축으로 피켓 시위를 비롯한 단체 움직임이 이어진 것도 카카오 주요 공동체의 대표 선임과 교체 과정에서 보여준 카카오식 경영 인사 관리 시스템에 의문이 커져간 것이 결정적이었다. 궁극적으로 카카오 안팎에선 이 회사의 '컨트롤타워 부재'가 근본 원인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고려해 카카오는 현재 그룹 중심 역할을 맡고 있는 CA협의체(옛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에 무게 추를 두고 대비책 마련에 한창이다. 사업적으로는 홍은택 카카오 대표를 중심으로 공백을 최소화하고 그룹 차원의 경영 관리는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재단 이사장 겸 베어베터 공동대표가 중심이 돼 회사가 겪고 있는 '사법 리스크'를 헤쳐 나가겠다는 복안이다.
한편 한때 '국민주'였던 카카오 주가는 굴욕을 면치 못하고 있다. 23일 카카오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1100원(2.82%) 내린 3만 7950원으로 52주 신저가 기록(기존 3만8850원)을 새로 새웠다. 2021년 주식 투자 열풍을 타고 주가가 16만원대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이제는 반의 반 토막이 난 셈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카카오 영업이익률 전망치는 5.7%다. 2020년 카카오 영업이익률은 11%에 달했는데 2021년 9.7%, 2022년 8.2%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카카오는 차세대 기술력이나 새로운 서비스 창출에서 뚜렷한 경쟁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쪼개기 상장, 기술 탈취, 도덕적 해이같은 각종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SM엔터 시세조종 의혹까지 악재로 겹친 것이다.
※ 출처: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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