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너먼 교수
휴리스틱 개념
손실회피 경향
전공의들이 현재 300-400만원의 월급을 받으며 80시간의 고된 노동을 견디는 것은 미래의 안정적인 고소득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 하지만 윤 정부의 의료 정원 2000명 확대는 미래의 자신들의 소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지금의 대란이 일어난 것임.
지난주 별세한 대니얼 카너먼 전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행동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심리학자로는 처음으로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그는 인간을 합리적인 의사결정자인 '이콘(econ)'으로 정의한 기존 표준경제학 모델에서 설명할 수 없었던 비합리적 의사결정을 '휴리스틱' 개념으로 풀어내 경제학사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휴리스틱은 고정관념에 기초해 정보를 받아들이고 추론하는 편향성을 의미한다.
2012년 국내에도 소개된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은 <넛지>의 저자 리처드 탈러, <블랙스완>의 나심 탈레브 등에게 영감을 준 역작으로 꼽힌다. 노벨경제학상을 안긴 '전망이론'은 손실회피 성향, 이익과 손실을 달리 받아들이는 비대칭성 등을 통해 전통 이론에서 설명할 수 없었던 의사결정 현상을 풀어냈다. 지금은 일반적으로 받아들이지만 논문이 발표된 1979년에는 획기적 개념이었다. 전망이론을 기초로 태동한 행동경제학은 이후 투자, 보험은 물론 의료 등의 공공정책 분야 의사결정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카너먼 교수의 통찰은 의대 정원 증원을 놓고 2개월 가까이 진행 중인 갈등을 해석하는 데도 유효하다. 그는 전망이론을 설명하면서 동일한 정보라도 표현 방식에 따라 의사결정이 달라지는 프레이밍 효과를 강조했다. '수술 시 생존율 90%'와 '사망률 10%'는 같은 결과지만 환자 수용 태도는 확연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정부가 의대 증원 2000명을 꺼내든 논거는 10년 후 의사 1만 명이 부족하다는 '프레이밍'에서 비로소댔다. 이를 '10년 뒤 의사가 지금보다 9% 부족하다'고 내세웠다면 초반 여론의 지지 강도는 크게 떨어졌을 것이다. 1만 명이 부족한 만큼 5년에 걸쳐 매해 2000명을 늘리겠다는 논리가 가능했던 배경이다.
휴리스틱의 중요 속성 중 하나는 확신을 강화하는 정보를 중심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성이다. 이른바 '확증편향'이다. '지난 27년간 묶인 증원 문제를 이번에 반드시 해결하겠다' '번번이 증원을 좌절시킨 의사집단은 이익만을 추구하는 카르텔이다' 등의 확신 속에 연간 2000명 증원의 파격안이 나올 수 있었다. 카너먼 교수는 여기에 기억 속 친숙함을 통해 성공 가능성을 가늠하는 '가용성'이 작동하면 자신감이 배가 된다고 분석했다. 화물연대 불법 파업 등을 성공적으로 막아낸 경험은 의사 증원 문제에 대한 정부의 자신감을 키웠다.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은 의사 증원의 불가피성을 역설하면서 '건폭 척결' 등을 개혁 사례로 꼽았다. 또 "어떤 정권도 증원을 해내지 못했고, 의사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는 발언을 통해 이런 인식을 드러냈다.
전망이론의 핵심 개념 중 하나는 손실회피 경향이다. 동전 앞면이 나오면 10만원, 뒷면은 15만원인 내기에 대부분 사람은 응하지 않는다. 같은 확률이더라도 15만원의 기대 이익보다 10만원을 잃었을 때의 손실을 더 크게 느끼기 때문이다. 월 300만~400만 원의 월급을 받고 주 80시간의 장시간 노동을 전공의들이 버텨온 것은 미래의 안정적인 고소득을 바라는 기대심리가 있어서다. 미래 의료시장에 공급을 대거 늘리는 2000명 증원은 기대수익의 직접적 손실 요인이다. 의료의 질 저하 등을 반대 이유로 꼽지만 본질은 손실회피를 위한 집단이탈인 셈이다.
행동경제학의 창시자인 카너먼 교수도 의료대란 사태에 쾌도난마식 해법을 내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주관적 확신은 자신이 만든 이야기의 정합성 때문이지 그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정보의 질과 양 때문에 생기는 것은 아니다"며 과신의 오류를 지적한 옛 경제학자의 조언은 현시점에 새겨들을 만하다.
프린스턴 대학 카너먼 교수의 행동경제학 이론 중 하나인 휴리스틱은 인간의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에 대해 밝혀내 기존 전통 이론에서 설명할 수 없었던 비합리적 경제 현상을 풀어냈다. 카너먼 교수의 '전망이론'은 손실회피 성향, 비대칭성 등의 개념을 통해 인간이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존재임을 밝혀낸 것이다. 이는 이후 투자, 보험, 의료 등 공공정책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의대 정원 문제를 해석하는 데에도 카너먼 교수의 이론이 도움이 된다. 그의 논리인 프레이밍 효과에 따르면 대한민국 정부의 의대 증원 2000명에 대한 논거는 10년 후 의사 수가 1만 명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가능한 논리였고 9%가 아닌 1만 명이란 수치를 앞세웠기 때문에 여론 지지를 강하게 받을 수 있었다.
또한 카너먼 교수의 휴리스틱 이론에 따르면 지난 화물연대 불법 파업을 성공적으로 막아낸 정부의 경험이 자신감을 키웠고, 이기적인 의료집단이라는 확신 가득한 인식이 의료 정원 2000명 증원이라는 파격적인 건의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카너먼 교수의 전망이론의 핵심 개념 중 하나인 손실회피 경향으로도 이 사태에 대한 문제원인을 찾을 수 있다. 전공의들이 현재 주 80시간의 고된 노동을 버티면서도 일을 하는 것은 미래의 안정적인 고소득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희망때문이다. 하지만 의료 정원을 2000명으로 대거 증진해버리면 자신들의 몫으로 떨어질 기대수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의료의 질 저하라는 명목으로 집단적으로 반발하는 것이다.
현 시점의 의료계 집단 사직 사태는 전문가인 카너먼 교수조차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지만 주관적 확신을 과신하는 태도를 경계하기 위해 그의 말을 한번쯤은 새겨볼 만 하다.
다니엘 칸만 전 프린스턴 대학 교수는 행동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며,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첫 번째 심리학자이다. 그는 '휴리스틱' 개념을 도입하여 기존의 경제 모델로 설명할 수 없는 비합리적 의사결정을 설명함으로써 경제 역사의 시야를 넓혔다. 칸만의 인사이트는 의료 학교 자리 증가와 같은 갈등을 해석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그의 이론은 사실에 대한 인식 방식에 따라 의사결정이 변화한다는 프레임효과를 강조하며, 휴리스틱의 중요한 특성 중 하나인 확증편향도 분석한다. 미래의 수입 안정성 기대로 이어지는 손실 회피와 의료 질의 하락을 이유로 한 반대는 손실을 피하기 위한 집단 탈퇴로 볼 수 있다.
※출처: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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