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은 땅값이 평당 3억원대여서 사업성이 있다고 보고 산 거죠."
하이엔드 오피스텔 개발 바람에 거세게 불던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일대에 때 이른 삭풍이 몰아치고 있다.
올 초까지만 해도 '타 지역 부동산 경기는 꺾여도 청담동은 끄떡없다'는 자신감이 개발업계에 팽배했다. 청담동에 진입하려는 부유층 투자 수요가 높아 '그들만의 시장'이 견고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청담동 '불패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금융권이 개발 사업에 투자한 대출금의 만기 연장을 꺼리기 때문이다. 국내 최고급 주거 시장을 선도해온 청담동마저 찬바람이 불면서 연말 시행 건설업계 연쇄부실 우려가 제기된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청담동 프리마호텔을 아파트 오피스텔로 개발하는 '르피에르 청담'의 브리지론(단기 차입금)이 만기일인 지난 18일 연장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업은 시행사인 미래인이 대지면적 5462㎡(약 1652평) 규모 프리마 호텔 자리에 최고 49층 높이의 한강 전망 주상복합을 개발할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금융기관 26곳에서 총 4640억원 규모 브리지론을 받았다. 이중 1800억원(39%)을 선순위로 대출했던 새마을금고가 만기 연장을 거부한 것이다. 채권액 기준으로 대주단의 3분의 2 이상이 만기 연장에 동의해야 만기 연장이 가능하다.
시행업계 관계자는 "대주단이 만기연장에 대해 다시 논의하겠지만 합의가 안 되면 결국 토지를 공매해 자금을 회수하려 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프리마호텔 현장은 철거를 앞두고 가림막으로 완전히 둘러싸여 있었다. 호텔 바로 옆 고급 일식당 '긴자'도 함꼐 가려진 채 '이전운영'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초호황기였던 2년 전 시행사는 프리마호텔을 평당 2억원대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설계 과정에서 대지면적을 더 확보하기 위해 바로 옆 일식당 매입을 타진했고 올 초 호텔보다 비싼 평당 3억원대에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사업 계획보다 대출금이 훨씬 늘어난 것이 결국 부메랑이 돼 발목을 잡게 된 것이다.
프리마호텔뿐만 아니라 청담동 일대 몇몇 초고가 오피스텔 개발 사업은 자금난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도산대로 일대는 청담사거리에서 영동대로 방향으로 30~40m 간격으로 우후죽순 하이엔드 오피스텔 개발이 한창이다. 청담사거리의 '디아포제 청담 502'부터 '루시아 청담 514 더테라스' '디아포제 청담 522' '르피에르 청담' '루시아청담 546더리버' '리카르디 아스턴 청담' 등 6곳에 달한다. 모두 하이엔드 오피스텔을 표방하며 초고가 분양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건물명 숫자는 국내 공시가격 1위인 'PH129(더 펜트하우스 청담)'처럼 '청담ㅇㅇㅇ'지번으로 짓는 유행이 반영된 것이다. 이 중 '루시아 청담514더테라스'도 지난 2월 자금난으로 토지와 사업권이 공매에 넘어가는 위기를 겪었다. 최근 들어서야 시행사가 대주단을 설득하고 브리지론이 연장되면서 사업이 재개됐다. 이곳은 아파트 25가구, 오피스텔 20실 등 총 45가구로 평당 분양가가 2억원을 웃돈다. 현장은 터파기 작업이 아직 시작되지 않고 공터를 가림막으로 둘러싼 채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영동대로변의 '리카르디 아스턴 청담' 역시 한때 토지 공매가 진행됐으나 지금은 정상화돼 곧 분양에 나설 계획이다. 연내 본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받아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이곳 역시 전용 172~206㎡의 대형평형을 한 층에 한 가구만 배치하는 아이엔드 오피스텔이다. 각 가구의 천장높이가 7.3m인 복층 구조로 한강 조망을 강조한다. 현재 청담동의 개발 사업장 6곳 중 '디아포제' 현장 2곳은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담동의 초고가 개발사업이 한동안 더 나오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토지 가격이 많이 올라 금융권 대출 조달이 힘들고 사업성을 맞추려 무리하게 초고가 분양에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피스텔 시장 침체 탓에 최근 청담동 초고가 오피스텔도 예상보다 분양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산대로에서 개발을 진행 중인 한 시행사 관계자는 "평당 4억원에도 이제 청담동 대로변 땅을 매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금융권 대출이 어려워 신규 사업은 더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장은 "서울 알짜 입지도 PF 대출이 안 돼 힘든데 지방 사업장은 더 위기"라며 "한 현장이 부도나면 시행, 건설, 자재, 철거, 분양 등 협력업체도 도미노처럼 쓰러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출처: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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