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들이 한 집을 쪼개어 나눠 사는 모습은 드라마처럼 아름답지만은 않아요. 현실에서 미국 드라마 '프렌즈'같은 일이 일어날 수는 없습니다. 기업 규모의 '코리빙(Co-living)'이 필요한 이유죠."
경의중앙선 서강대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와 2분가량 직진하면 도로를 사이에 두고 붉은 벽돌과 흰색 외관이 어우러진 16층짜리 건물이 보인다. '맹그로브'라는 이름의 이 빌딩은 대학생, 직장인 등 1인 가구가 거주하는 코리빙이다. 층마다 빼곡히 방이 채워진 내부는 언뜻 보면 비즈니스 호텔이나 오피스텔 같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금방 차이가 난다. 꼭대기인 16층에는 야경을 감상하며 운동할 수 있는 피트니스룸이, 15층에는 편히 앉아 대화를 나누고 휴식을 취하거나 일할 수 있는 라운지가 있다. 13층에는 도서관, 11층에는 공용 주방까지 갖췄다. 또 다른 층에서는 요가룸과 시네마룸, 매점도 찾아볼 수 있다. 모두 맹크로브 내 거주자를 위한 공간이다.
공유 주거 스타트업 '엠지알브이(MGRV)'의 조강태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스타트업으로서 오프라인, 즉 실제 삶에 대한 문제 해결이 더디게 이뤄지는 것 같다는 판단하에 주거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는 사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시작은 사회초년생의 주거 문제 해결이었다. 조 대표는 "마침 2016년 해외에서도 코리빙이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했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도시에서 젊은이들이 주거지를 구하는 게 힘들어졌다"고 회상했다. 이후 일반 가정집을 여러 명이 공유하는 '셰어하우스'라는 개념이 나왔지만 가정집 구조상 방 크기가 각각 다르고 화장실 등 공용 공간이 충분하지 않아 동거인끼리 갈등이 생겼다. 그는 "각자가 7~8평짜리 원룸 같은 스튜디오를 갖고 있을 때 이들이 자기 공간을 조금씩 내놓는다고 가정하면 3~4이 1평씩 떼내어봤자 의미있는 큰 공간이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대표는 "그러나 300명이 공용 공간을 위해 자기 공간을 내놓으면 300평, 400평이 된다"며 "코리빙 전문 비즈니스가 제공할 수 있는 차별점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혼자 쓰는 개인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면서 거실처럼 항상 쓰지 않는 장소를 공유한다는 개념 덕분에 맹그로브 내부에는 영화관, 헬스장, 공부방 등 다양한 공용 공간이 생겼다. 개인공간에는 취사 공간과 화장실, 침대, 냉장고 등 풀옵션급 가구와 가전이 마련돼 있다. 그러면서도 별도 공유 공간을 제공하지 않는 주변 신축 오피스텔보다 월세가 비슷하거나 조금 더 저렴하다.
조 대표는 "기업으로서 대형화된 코리빙 사업을 시작한 것은 우리가 처음"이라며 "신촌을 비롯해 숭인동, 신설동, 동대문 등에서 자연적인 감소를 제외하면 공실률이 '0'일 정도로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코리빙의 가능성을 본 투자자들의 관심도 자연스레 높아졌다. 이에 MGRV가 지금까지 투자받은 금액은 325억원에 달한다. 국내에서 기업형 코리빙의 문은 MGRV가 열었지만 SK D&D(에피소드), 로컬스티치, 유니언플레이스 등 코리빙 대열에 합류하며 현재 코리빙 수용 가능 인원은 7000명으로 늘었다. 올해 하반기 약 300명이 입주할 수 있는 코리빙 시설이 추가로 공급될 예정이지만, 서울시 청년 1인가구 중 월세 인구에 해당되는 잠재 고객 40만여 명을 감안하면 아직 공급이 부족하다.
조 대표는 코리빙 산업과 문화가 안착되면 지금과는 또 다른 코리빙 형태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향후에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 지역에도 지점을 설립할 예정이다. 그는 "실제 유럽에서는 코리빙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여러 지점을 월 단위 혹은 분기 단위로 자유롭게 오가며 생활하는 고객이 많다"면서 "코리빙 문화가 안착되면 이처럼 국내외를 오가며 생활하는 주거 형태고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 출처: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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